아들에게 갑자기 아토피 증상이 생겼다.
비염, 아토피 같은 알러지성 질환은
두 가지가 함께 생기는 경우도 많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아토피든 비염이든 가족 중에 없었기 때문에 방심하고 있었더니,
점점 심해지면서 목 부위가 태선화가 되었다.
부랴부랴 한약을 먹이고, 아토피용 로션도 바르고,
좋아하는 과자 젤리도 최대한 줄이고, 피부 유산균도 사서 먹였다.
증상이 반 정도 줄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반복이 되고
이제는 목 부위 뿐 아니라 엉덩이도 긁어대니 답답한 마음이었다.
이제 두돌을 갓넘은 아이가 긁지 말라고 한다고, 가려운 것을 참을 수 있겠는가.
또 어린이집에서 간식으로 준 과자를 다들 먹을 때 혼자만 안먹고 참으라고 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러던 중 3주전, 할머니 할아버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언니의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출국하게 되었고, 우리 아이도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함께 출국했다.
카카오톡으로 미국에서 보내준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는데
치토스 한봉지를 들고 신나게 먹고 있었다.
'저렇게 먹으면 바로 긁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언니가 말했다.
"재하 원래 아토피 있었다며?? 미국 와서 안긁어. 케이크도 먹고 과자도 먹어도 안긁어"
내심 놀랐다.
"그리고, 오른쪽 눈 옆에 뭐가 있는데 없어졌어"
사실이다. 눈 옆에 피부 진균증 양상이 생기고 있었는데,
아직 직경 1센티 정도로 작고, 눈 바로 옆이라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심정이었는데,
그게 없어졌다고 한다. 미국으로 간지 일주일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2~3주만에 사진 속 아이의 피부는 정상화되었다.
한번도 안긁으니 정상이 될 수 밖에...
먹는 것에 제한은 없었고, 약이나 유산균 아토피용 로션도 안가져갔었고,
보습을 딱히 하지 않았는데도...
맑은 공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의 영상을 보면서...
우리 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나서 자라날 세대에 대한 걱정이 되었다.
더 좋은 공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라게 해주어야 하는데...
비염 환자들 치료하다보면,
호전이 되다가도 미세먼지 수치만 치솟으면 다시 악화되곤 한다.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은 의지와 노력으로 바꿀 수 있지만,
공기는 환자가 개인적으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참으로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이대로도 괜찮은 것인가.
이런 의식이 한국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더욱 공유되고
적극적인 해결책이 논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