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치아 좀 주실 수 있으세요?"
“저기 선생님 치아좀 모아주시는거 부탁할수 있을까요?”
젊은 학생들이 동네 치과의원을 찾아와 발치(拔齒)한 치아를 달라고 연방 굽실거린다. 환자의 몸에서 빼낸 치아를
함부로 반출해서는 안되지만 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는 치과의원 측은 치아를 학생들에게 건넨다. 이들은
치대·치의학전문대학원 본과 1~2학년 학생들이다. 왜 이
치대학생들은 폐기처분돼야 할 치아를 구하러 다니는 것일까.
치과대 본과 1~2학년 수업에선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치아와 실제 치아를 가지고 실습을
한다. 치료실습 수업이 시작되고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의 감독하에 직접 환자를 대면하게 되는 3학년 이후엔 실제 치아를 통한 실습이 더욱 중요하면서 많이 필요하다. 치아의
외부는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다. 그러나 치아 내부는 신경과 혈관으로 이뤄진 부드러운 조직인 치수(齒髓)로 구성돼 있다. 단단한
외부 표면이 뚫려 치수 부분까지 손상을 입는 충치 치료 등의 상황을 플라스틱 인공치아론 실습할 수 없다. 실제 치아와 강도 차이도 커 실전교육에 잘 맞지도 않는다.
병원에서 실제 사람의 치아를 실습용으로 제공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치대생들은 실습을 위해 의료 폐기물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실제 치아는 예비 치과의사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행법상 실제 치아를 이용한 교육은 불법이다. 발치를
한 치아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모두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병원은 이를 수거해 폐기기관에 보내게 돼
있어 치과대학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실습용' 치아를 수집할
수 없다. 그래서 대다수의 치대생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실습에 사용할 치아를 직접
구하러 다녀야 한다.
그래서 본과 1학년 때부터 방학 혹은 주말을 이용해서 실습에 사용할 치아를 합법적으로 구할 수 없어 학생들은 치료실습 수업을 듣기전에 집근처 혹은 역세권등 중심가의 치과를 돌면서 치아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동네 치과의원에서 학생들을 위해 치아를 내준다고 해도 구하기 어려운 치아도 있다. 일반적으로 실습에 많이 쓰이는 어금니를 구하기도 힘들고 막상 구한것도 실제 실습에 쓰기에는 건전한 상태가 아닌 것도 많다. 일부 학생의 경우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치아를 구하는 학생들도 있다. 실제로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선 치아 50개에 400달러(약 45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때 본인의 인적네트워크와 부지런함 그리고 뻔뻔함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단 치과대학에 들어오면 생각보다 부모님이 치과의사인 동기들이 많다. 그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동기들끼리의 경쟁이 유발되기도 한다. 학교랑 가까우면서 큰 규모의 치과에 다이소에서 구입한 치아를 모을만한 통을 맡기러 순회(?)하면 이미 동기가 맡기고 간경우도 많고 안된다고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동기의 경우 동아리 주소록을 펴 놓고 모든 선배들에게 전화를 다 돌리기도 하고 부모님,사촌등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아는 치과의사가 있는지 체크해서 치아수거를 부탁한다. 나 같은 경우 친구가 이미 치과의사여서 손쉽게 모을수 있었다. 소극적이고 게으른 동기들은 손놓고 있거나 치아를 많이 모은 동기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첫 보존학 실습날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모아온 치아중에 실습에 사용할 수 있는 치아를 분리해주는데 막상 사랑니등 부적절한 치아를 제외하면 사용할 수 있는 치아가 그리 많지가 않게 된다. 그래서 학기 중에도 부족한 동기들은 계속 발품 팔아 구하곤 했다.
방학이 끝나고 치아를 잔뜩 모은 동기들은 마치 거상처럼 어깨를 으쓱하면서 자랑을 하며 치아가 부족한 동기들과 거래(?) 혹은 생색 엄청 내면서 나눠주기도 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