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여의사 최대의 고민은?
아마 육아일 것이다.
여의도라고 하는 여의사 커뮤니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질문이 바로,
"지겨우시겠지만 한번만 더 물어볼게요. 이런 베이비시터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의
육아 및 대리육아 관련 질문이다.
결혼 전, 당시 레지던트 때, 어떤 동기들은 결혼하여 아이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아이가 있는 동기들끼리는 같이자리에만 앉으면 아이 얘기만 하곤 했는데, 이걸 보고 당시 미혼이었던 나와 또 다른 여자 동기 한명은 우리끼리, '아니 자기 인생도 있는데 왜 애 얘기만 하지?' 하며 이해를 안 됨을 공유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아이를 낳고, 아이 있는 다른 여자의사 친구를 만나서 하는 90% 이상의 이야기가 아이 얘기니...
사람은 역시 오래살고 봐야하는지...
여자 의사가 아이를 낳고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려면 누군가는 아이를 봐줘야 한다. 친정엄마가 될 수도 있고, 시어머니... 그도 안 되면 택하는 것이 베이비시터이다. 나는 부모님들이 봐줄 수 없는 상황이라 베이비시터를 계속 써오고 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지금 계시는 분은 우리 집의 11번째 베이비시터이다. 정말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참 본성이라는게... 아이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도 아이를 낳고 나면, 특히 여자들은 그 아이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게 되고 굉장히 동일시 된다. 여자 의사 중에서는 자신이 힘들게 얻은 이 직업을 버리고 육아만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물론 비난할 생각은 없다.
어쨌든 아이를 가지게 되면 베이비시터가 있다 하더라도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하고, 아이가 없는 여자, 남자들과 경쟁력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로 인해 아이 낳는 것은 정말 신중한 일이 되어야 하고 자제하는 일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또한 수련 기간 동안 임신하게 되면 같이 일하는 동기들에게 얼마나 민폐가 되는지... 아는 여자 의사는 임신했다는 이유로 무언의 압력에 의해서 병원을 나가야 했던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또 막상 아이를 보면 행복하고 또 동일시 되고 하는 것이 이미 엄마가 된 이상, 여자의 마음이다.
여자 의사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워킹맘의 이야기이지만,
아이를 낳고 직장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사회가 될수록,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나는 누리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런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