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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3 13:27

안 가르쳐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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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계속 의학이 발전하면서 진단과 치료 방법이 변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하던 치료 방법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나기도 하고,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 것이 맞다고 밝혀지기도 한다.

의사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보수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주말에 세미나를 들으러 다녀야 하는 것이다. 1년에 몇 번 정도 들으면 보통 보수교육 점수가 채워진다.

하지만 보수교육과 상관이 없는 세미나들이 있다. 그런 세미나는 정말 순수하게 배우기 위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는 연수회가 있다. 연수 비용은 몇 백만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 외에도 많은 지식이 환자를 보는 데 필요하다. 어떤 때는 학교에서 이론 적인 것만 배우고,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팁 들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연륜이 많은 선배를 찾아가서 물어보면서 배우기도 한다.

나 또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안고서 경험이 많은 선배를 찾아간 적이 있다. 선배는 진료 빼고 왔다고 수고가 많다고 하면서 내 질문들에 답을 해 주셨다. 며칠을 끙끙대던 문제들이 한 순간에 해결이 되었다. 정말 감사했다. 책을 보면서 내가 알아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수 십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문제들이 몇 분만에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노하우라는 것은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쉽게 가르쳐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개인 의원 의사든, 대학병원의 교수든 마찬가지이다. 내가 이런 지식을 알기 까지 많은 수고를 했으니, 너도 그 만큼 수고를 해 봐야 한다는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친분이 쌓이거나 일을 열심하는 것이 보일 때 지식들을 하나씩 가르쳐 주는 경우도 있다. 자기가 맘에 드는 사람에게만 조금씩 가르쳐 주는 것이다. 가끔 질문에 대가 없이 성실하게 가르쳐 주시는 분도 계신데, 그럴 땐 참 감사하다.


내가 치아교정 방법을 배우기 위해 연수회를 다닌 적이 있었다. 나는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연수회를 여러번 복습하시며 참석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 중에 어떤 분이 나에게 "어떻게 이 연수회 알고 오셨나요? 정말 축복 받은 거에요. 내가 연수회를 10개 넘게 다녀 봤는데, 여기가 최고에요. 다른 연수회는, 하나 같이 비법을 안 가르쳐 줘요. 그냥 일반적인 이야기 하다가, 어려운 거 있으면 이런 거는 치료하지 마세요 하고 안 가르쳐 줘요. 내가 몇 년 동안 따라다니면서 호의를 보여줘도 안 가르쳐 줘요. 그런데, 여기 연수회에서는 다 가르쳐 주는 거에요. 선생님 정말 축복 받은 거에요."

나로서는 우연히 선택한 연수회인데 이런 극찬을 들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고 연수회에 신뢰가 생기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사람들이 자기 노하우를 안 가르쳐 주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경쟁력이 남들에게 전해지 거라는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어떤 의사는 초음파 판독법을 배우기 위해 의사가 강연하는 세미나에 갔는데, 거기서는, 어려운 게 나오면 '이런 거는 알 필요 없어요.' 하면서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그 어려운 거를 알기 위해 세미나에 가는 것인데 말이다. 반면에, 제약회사 주최 세미나라든지 의사가 아닌 사람이 강연을 하면 다 가르쳐 주더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의사가 되고나서도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식은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내가 이것을 알기 위해 이런 고생을 했는데, 쉽게 가르쳐 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내가 겪었던 고생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이것은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 내게 자비를 베풀면 다른 사람에게 나도 자비를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어떤 선생님이 내게 조건 없이 가르쳐 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나도 저 선생님께서 다 가르쳐 주시니까,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이런 분위기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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