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과학 수업시간에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이야기 하는 선생님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교에 와 보니, 수업을 하는 교수님 중에는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 분들이 계셨다. 그런 분들은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기본적인 전제 하에 강의를 하곤 하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예과 2학년 때 미생물학 강의를 하신 교수님이었다.
중년의 남자 교수님이셨는데 성격도 털털하고 분위기가 남달랐다.
강의를 듣다 보면 생명의 신비는 조그만 미생물 안에서도 위대하게 발현되고 있었는데, 사실 생명의 신비를 보면 그것이 어떻게 우연히 이루어진 것인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세포 하나에만 해도 수 만개의 물질들이 존재하고, 그 물질들을 이루는 분자들의 정교함을 보면, 눈꼼보다도 작은 생명체가 마치 거대한 우주처럼 느껴진다.
미생물학 교수님은 수업을 하시면서 여러번 감탄을 하는 것이 특징이셨다.
"여러분 이거 참 대단하지 않아요? 어떻게 이렇게 만드셨을까. 정말 창조주가 느껴지지 않나요?"
매 수업마다 감탄을 연발하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생물이 서로 소통을 하고 군집을 형성하는 것을 '쿼럼 센싱' 이라고 한다. 교수님이 '쿼럼 센싱'에 대한 일화를 이야기 해 주셨는데, 그것이 원래 법정 용어라고 한다. 그것을 발견한 한 미생물학자가 변호사와 대화하다가 미생물이 서로 소통한다고 하니까 변호사가 놀라면서 쿼럼 센싱을 하는 군요라고 이야기 한 것에서 미생물 용어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교수님의 리액션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다른 것들은 별로 기억나지 않아도 쿼럼 센싱은 잊어지지가 않는다.
조그만 미생물도 서로 소통하면서 큰 군집을 이루고, 함께 모여야 그 군집이 더 강해 진다. 쿼럼 센싱을 하면서 군락을 이루면 항생제라든지 외부 공격에 방해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도 한다.
뇌도 없는 미생물인데, 어쩌면 이렇게 정교하게 이루어져 있을까? 교수님의 말씀처럼 지적인 창조주의 설계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 너무나 당연한 거 같은데, 과학 시간에 창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나는 대학에 와서야 처음 들을 수 있었다. 왜 그랬을까?
다른 사람들은 생명이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무엇인가가 그 사실을 가리고 있는 것일까?
쿼럼 센싱을 이룬 미생물 군락처럼, 과학 안에 창조라는 지식이 비집어 들어오지 않게 막는 인간 시스템이라도 있는 것일까?
시간이 오래 지나 대학 생활도 가물 가물한데 그 교수님 목소리는 아직도 선명하다.
"와우! 쿼럼센싱!"
그러나 그 특유의 목소리보다도 과학 시간에 신의 존재를 언급한 것이 나에게 더 충격적이고 잊혀지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정말 지으신 분이 잘 지은 거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