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의대 들어왔을 때 가장 걱정 되었던 것 중 하나가 해부실습이었습니다. 흔히 카데바 실습이라고 하는 해부 실습은 의과대학 본과1학년때 보통 진행됩니다. 본과 1학년을 시작하면서 해부학이란 수업을 처음 접했는대 정말 완전 새로운걸 배우는 거라서 정말 어려웠고 정신없었습니다. 그 가운데 카데바 실습까지 해야되니 막막했습니다.
저희 학교같은 경우 카데바 실습을 6인1구로 진행하였습니다. 좋은 조를 걸리는 것도 실습을 하는 분위기를 좋게 만듭니다. 조가 결정이 나고 카데바 실습을 하기 전에 시신을 기증해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간단한 행사를 진행합니다. 저희는 한사람 한사람 백합꽃을 카데바 실습장 앞 기념비에 두고 묵념을 하고 입장하였습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카데바 실습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 조가 한학기동안 실습을 하게 될 시신을 받게 되고 시신을 보는 순간 얼음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죽어있는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뭔가 경건해 지고 함부로 대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냄새였습니다. 시체가 부패되지 않고 마르지 않게 페놀이라는 물질을 계속 뿌려주는대 그 냄새가 온 카데바장안에 진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어느정도 적응은 됐지만 그래도 실습을 하는 날은 왠지 모르게 진이 빠지고 피곤했습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임했지만 점점 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들고 노동이 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녁은 조끼리 배달을 시켜먹는대 그래도 매주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민하며 같이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학기동안 열심히 카데바 실습을 하고나니 시신을 기부해주신 분들이 더욱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습을 다 끝마치면 입관식을 하는대 시체와 해부할때 꺼내놨던 장기들도 모두 관에 집어넜습니다. 저희 시체를 입관할때 도와주셨던 어떤 교수님은 성함을 보시더니 자기가 이 분을 생전에 아셨다고 그 분의 생전 이야기를 조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시신을 기증하신 분은 생전에 학생들이 사는 자취방을 운영하는 분이셨고, 학생들이 고생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나중에 시신을 기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셨습니다. 의과대학에도 산책도 자주 나오시고 그러셨다고 합니다.
비록 그당시 카데바 실습은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매일 해부학 이론을 힘들게 집어넣는 와중에 한 것이라 공부하기도 더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소중한 시간이었고 외과의사를 지망하는 의대생들에게는 실습에 열심히 임한다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합니다.
의학을 위하는 숭고한 마음이 감동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