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의대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을 한다. 면접을 보거나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라도 이런 질문은 생각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의사가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선택을 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헌신적인 의사는 슈바이쳐일 것이다. 어릴 적에 슈바이처의 전기를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아픈 사람들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봉사를 한다고 하면 치과의사나 한의사보다 의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료봉사를 하게 되면 치과나 한의과가 의과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어떤 의사는 의료봉사를 하면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냐고 비판을 한 적도 있다. 왜 그러냐면, 의과의 경우 대부분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 의료봉사를 해 봤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고혈압 약은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이지 일주일 먹는다고 해서 병이 낫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료단체에서는 안경을 나눠 주기 사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마다 도수가 다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 시력이 다를텐데, 그것의 효과도 일시적인 것일 것이다. 또한, 수술이라든지 정밀 검진 같은 것은 크고 비싼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의료봉사를 하기에는 치과나 한의과가 유리한 점이 많다. 의과에 비해서 적은 장비와 소품으로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치과의사가 되고 나서야 치과가 의료봉사를 하기에 매우 좋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치과 질환은 유병율이 매우 높고, 치과 질환의 고통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해결해 주면 환자가 받는 혜택이 크며, 대다수의 치과 치료는 일회적으로 시행되어도 의미 있기 때문이다.
약 30년 정도 선배님께서는 해외에서 치과의료선교를 하셨다고 하는데, 치과가 의료봉사하기에 정말 좋다고 자랑하신 적이 있다. 그 분은 한국에서도, 자기차 뒤에 간이 치과 장비를 가지고 다니시면서 봉사활동을 하신다. 자가용 하나만 가지고 어디에서라도 진료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의과의 경우를 보면 장비는 적게 있어도 진료가 가능하지만, 환자를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어떤 의사들은 치과의사의 진료봉사활동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의료봉사를 또는 의료선교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치과의사보다는 의사가 되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의사가 되어 그 지역에서 의료행위를 하며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정착하여 병원을 세워서 활동하는 것은 많은 희생이 필요한 일이다.
많은 의사들이 봉사에 관심이 있다. 봉사로 인해 얻는 보람이 크기 때문이다. 진로를 결정할 때, 의료봉사에 관심이 있다면, 치과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단기의료봉사로도 실질적 혜택을 많이 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