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모두 병역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군대를 갔다온다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든 점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경력이 단절되는 의미로서 부담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연예인이라든지 운동선수들이 군대를 가는 것 늦추는 것이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의사에게 있어서 병역은 어떤 것일까? 의사들은 대체로 공중보건의로서 보건소에서 근무하거나 군대에서 군의관으로 근무를 하게 된다. 2달 정도 훈련을 받는 기간을 빼면 대체로 일반 사병보다는 여유가 있게 생활을 할 수 있다.
공중보건의로 근무를 하게 되면 근무하는 보건소에 따라서 업무의 종류나 양이 다르다. 보통은 업무의 양이 군의관보다 공중보건의가 적은 편인데, 업무의 양 이외에도, 군의관은 군대에서 생활을 하여야 하고, 공중보건의는 보건소 근처의 사택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차이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자 의사들은 군의관보다는 공중보건의로 가는 것을 선호한다.
병역 기간 동안에 비록 낮에는 열심히 근무를 한다고 하지만, 밤에는 쉴 수 있는 삶을 살게 된다.
보통 의대생이나 의사들은 밤낮 공부하고 일하던 삶을 살아 왔기 마련이다. 밤을 새야 하는 경우도 무수히 많고, 새벽까지 일해야 하는 삶을 살다가, 저녁 6시 이후로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 시기가 오면, 오히려 병역의 기간이 너무 꿀 같이 달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어떤 동료는 공중보건의 기간 동안 게임을 엄청 많이 하고, 만화도 많이 보면서,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많이 누리면서 지냈었다. 옛날에는 섬에 가면 할 게 없어서 너무 심심하고 책만 읽었다고 하던데, 요즘에는 섬에 가도 인터넷은 잘 되어서, 인터넷으로 여러가지를 많이 한다고 한다.
어떤 의사들은 병역의 기간 동안 저녁에 공부를 하기도 한다. 주로 영어 공부나 미국의사면허 시험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병역 기간이 아니라면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다. 병역을 마치고 병원 근무를 시작하면 또 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될 것이 예상이 되는데, 그래서 병역의 기간이 끝나가면 시원섭섭한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경우에 병역 기간은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데, 일부 기업에서는 병역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기도 한다. 의사의 경우에도 암묵적으로 병역의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
의대를 졸업한 후 지난 연수에 따라서 1년차, 2년차........ 이런식으로 경력을 따지는데, 군대를 다녀 오면 갑자기 4년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의사는 3년 동안 병역의 기간을 가진다.) 그러다 보니 어떤 여의사들은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 자기는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고 4년차가 되었는데, 어떤 남자들은 졸업하고 바로 군대를 갔다 왔고, 병원 처음 시작하는데 4년차로 대접을 해 준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여의사는 자기도 병역의 기간을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고등학교 이후로 20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자기가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은 자유이고,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것이, 왠지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내가 쉬면 뒤쳐질 것 같아서, 함부로 일을 그만두고 쉬는 여의사는 많지 않다.
병역의 기간이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남자 의사에게 있어서 평소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시간을 게임하면서 보낼 수도 있고, 공부하면서 보낼 수도 있겠다. 20년 가까이 놀지 못하고 공부해온 의사들이 이 때 만큼은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