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예약표를 보며
내일 만나게 될 환자들을 확인하고 이 글을 쓰고자 앉았습니다.
환자들 상황이 좋아졌을지 안좋아졌을지 언제나 걱정은 달고 살게 됩니다.
환자를 만나거나 통화할 때
"원장님, 몸이 좀 나아졌어요!"라는 반가운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기쁘고
"언제 나을지 모르겠다. 너무 괴롭다"는 하소연을 들으면
마음이 또 무겁습니다.
또 갑작스럽게 걸려오는 전화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마음이 덜컥합니다.
처음 한의사가 되었을 때 몇년간은 쉬는 날에도
환자에 대한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러서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에게
"원해서 의사가 된 것인데, 이렇게 마음이 무거울줄 알았다면 좀 더 마음이 편한 직업을 택할껄 그랬다"고
한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쉬는 날이라고 마음까지 쉬는 날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이 무거움을 내려놓기 위해서
새벽에 자다가 깨면
이 환자가 자고 있을 때에도 쉬고 있을 때에도
모든 치료의 과정이 원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몇년이 흐르면서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지고,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문구처럼,
사람의 역할을 다 한 뒤에 하늘에 결과를 맡기게 됩니다.
의사가 되고나면 사람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될 줄 알았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정말 복잡하고 오묘합니다.
의사는 사람의 몸에 대해서 아주 조금 더 잘 아는 직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늘 더 배워나가게 됩니다.
환자 중에 한번의 유산끝에 어렵게 임신한 고령의 산모가 있습니다.
임신을 유지 중에도 통증과 출혈을 반복하여 걱정하였는데
이제 조산을 했으나 아기는 살렸다는 소식을 전해서 마음을 쓸어내렸었습니다.
엊그제 그 환자가 찾아왔고,
산후우울증 증상과 산후풍 증상이 보여서 다시 산후조리를 위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내일 예약표에 이 환자도 있네요.
내일 만나게 될 환자들을 생각하며,
좀 더 진실되게, 좀 더 잘 환자돌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환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요
저도 그런 의사가 될 수 있기를 꿈꿔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