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아플 때가 있고, 신경써야하는 일들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이기 때문에 가운을 걸치고 난 순간부터는
척추를 곧게 세우고 마음도 가다듬게 됩니다.
내가 아프다고, 혹은 마음이 힘들다고
도움을 받기 위해서 찾아온 환자들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임신중에 진료실에서 기절한 적이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 그대로 엎드러져 있는 것을 직원들이 와서 흔들어 깨워주었습니다.
기절한지도 몰랐었던 것 같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그대로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혹은 크게 체해서 하루 종일 못먹었던 적도 있었지만
진료를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오기로 약속한 환자들이 있었고
그 분들의 절박함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정말 고통스러울 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환자들을 웃으면서 대합니다.
의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어둡게 환자를 대하면
환자는 더 큰 우울감, 절망감에 빠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병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환자에게는 엄중하게 얘기해야합니다)
퇴근하고 나서는 마음을 놓고 쉴 수 있고
휴일 동안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아기와 춤을 추기도 하고, 요리도 하지만,
일단 다시 병원에 들어와서 가운을 입은 순간부터는
나는 "의사"라는 생각을 합니다.
환자의 몸을, 그리고 마음까지도
단단하게 잡아줘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진료에 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