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갈 길이 먼 연구 윤리

by 치의학박사 posted Sep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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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중에서는 박사학위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사학위를 받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서울대 등 일부 학교에서는 박사학위 취득 조건이 다른 곳보다 더 까다롭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몇 년, 또는 십 수년을 대학원을 다니다가 학위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논문 작성이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교에서는 SCI 급 논문을 반드시 작성해야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나 또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다. 몇 년을 풀타임으로 연구실에서 근무하면서 연구를 하였고, 논문을 작성하였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필수적으로 '연구윤리'라는 과목을 듣게 된다. 내가 그 강의를 들었을 때, 강의 진행하는 교수님이 재미있는 실습을 하셨다. 연구 부정행위 내용을 소설로 창작해서 제출하는 것이었다. 

일부 학생들의 창작물을 서로 보고 평가를 하게 되는데,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처음에는 그것이 학생의 창작물인 줄도 모르고 어디 뉴스나 사설인줄 생각했는데, 그 정도로 리얼하게 글을 잘 썼었다. 

한 창작물은 이런 내용이었다. 한 여자 연구원이 실험을 하는데 인체에 유해한 약물을 사용하였다. 지도 교수는 안전하다고 독려를 하였다. 그 여자 연구원이 약 10년 뒤에 출산을 했는데, 기형아가 나왔다. 그 여자 연구원은 문득 10년 전 유해한 약물을 사용한 것이 관련이 있지 않았나 의구심이 들어 혼란에 빠졌다.

또 다른 창작물은 훨씬 리얼하였고, 많은 이들이 감탄하였다. 내용은 편지와 같은 형식이었다.

- 저는 모 대학에서 연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쪽의 교수가 제가 연구한 내용을 다른 사람이 논문을 쓰게 하였습니다. (논문 저자 부정행위) 저는 교수와 싸우고 그 연구실을 나왔고 제가 연구한 자료를 가지고 왔습니다. (자료 유출 행위) 그리고, 제가 연구한 내용을 다른 사람이 논문을 쓰지 못하도록록 항의하였지만 그 교수는 워낙 인맥이 많은 사람인지라 저의 행위를 모두 무마시켰습니다. (직권남용) 제가 작성한 논문 글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이 논문을 투고하였습니다. (표절) 연구한 논문을 다른 사람이 투고한 상태여서 마음이 급해진 저는 저는 할 수 없이  제 이름으로 그 연구 주제의 논문을 투고하였습니다. (이중게재 금지 위반, 데이터 사용 권한 위반)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된 그 교수는 저를 불러다가 '이 사람아, 그러면 어떡하나.'라고 다그쳤습다. 저는 수 년 동안 노력한 모든 것을 잃고, 이제 앞 길이 막막합니다.'

이것은 창작물이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 교수만 나쁜 사람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학생도 부정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형편없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 교수만큼은 아닐지라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일 것이다.


전해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 수업에서 실습을 할 때, 많은 학생들이 창작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적어서 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연구부정행위가 많지만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많은 것이다.


최근에 메스컴에서 연구 부정행위로 많은 사람들이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나도 대학에서 여러 사람이 연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목도하였다. 어떤 사람은 연구 결과가 예상과 반대로 나오자, 자기 마음데로 데이터를 바꾸어 결과를 바꾸었다. 나도 처음엔 몰랐는데, 여러 사람의 증언을 짜집기 해 보니 그런 결론이 나왔다. 그 동일한 사람이 SCI 논문에 논문을 제출한 적이 있는데, 학회에서 연구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제출을 하지 못했다. 안 봐도 뻔하다. 데이터를 조작해 놓았으니 제출을 못하는 것다. 그런 사람이 결국 논문을 많이 써서 모 대학교의 교수로 임명되었다. 


어떤 교수는 자기 아들을 연구할 때 아르바이트로 불렀다. 모든 연구원들에게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숨겼고, 연구원들은 3년 넘게 그 사실을 몰랐다. 그러다가, 자기 아들을 논문의 저자로 넣고 나서야, 연구원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례도 있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연락을 해서 그 교수를 고소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 내 주변의 사람은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 사람도 결국 자기 이익 때문에 나를 이용해 먹는 것일 뿐이니 대응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대학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정말 많은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내게 있지만,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 부정행위는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권위 있는 학회에서는, 논문을 심사할 때, 국적을 따진다고도 한다. 나라에 따라 연구 윤리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는 평균 이상의 윤리 수준을 가졌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훨씬 높은 수준에 다다러야 할 것이다.

미국에 이민간 한 대학 동기가 있다. 그 친구가 신문에 칼럼을 썼다. 본인은 미국에 와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한국과는 비교를 못할 정도로 좋다고 한다. 모든 것이 평등하고, 공평하고, 합리적이라고 한다. 한국의 경우 윗 사람 눈치 보느라고 불합리적인 경우도 매우 많고, 자기가 쓴 논문을 윗사람에게 바쳐야 하는 불공평한 경우도 매우 많다. 그런데 미국은 전혀 그렇지 않고, 실적만 좋으면 자녀를 학교 등교 시켜 놓고 출근해도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이라고 해서 부정행위가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나라의 연구 윤리는 전반적인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고, 많은 진보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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