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3학년 때의 치료 경험

by alleni posted May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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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과 3학년때였다. 
강원도에서 경찰을 하고 있는 사촌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주일째 딸꾹질이 멈추지 않네. 자면서도 딸꾹질이 나와. 어떻게 해야하지? 병원에 가서 이런 저런 검사를 했는데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고, 약을 줬는데 잘 듣지도 않는다.. " 
말을 하면서도 딸꾹질을 하고 있었다. 
평소 체격이 좋고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오랜만에 들려오는 전화기 속 목소리는 무척 고통스러운듯했다. 
거의 10~20분마다 딸꾹질이 나오고 있어서, 일할 때에도, 밥먹을 때에도, 잠을 잘 때에도 지장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제는 딸꾹질을 하는게 아프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온갖 비법(?)들을 얘기해줬지만 역시 듣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에서 원인을 모른대?" 
"원인을 모른대. 약이 안듣네." 
"그럼 한의원에 가볼래? 가서 상담을 받아봐" 
일단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이 정도였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먼 강원도에 찾아갈 수도 없고, 가서도 뭘 해줘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2주 정도 지나서도 오빠의 딸꾹질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1주일 뒤에 오빠는 사촌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온 가족을 대동하고 우리집에 들렀다. 
집에 들어왔을 때 오빠는 얼굴이 붉어져 있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의원에도 몇 번 가서 침을 맞았고, 무슨 가루약 같은 것을 먹었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 와서도 계속 딸꾹질을 하자 집안의 어르신들도 이런 저런 걱정의 소리를 했다. 

뭘 더 해줄 수 있는 것일까?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딸꾹질이 생기기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어?" 
"그날 회식이 있어서 고기와 술을 먹었지" 
"많이 먹었어?" 
"나는 한 번 먹으면 많이 먹지" 
오빠의 성정상 씹지 않고 급하게 많이 먹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소화장애를 호소하고 있진 않았지만, '과식, 급체' 두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방으로 데리고 가서 위장을 풀어주는 침을 놔주었다. 
침을 놓고 나서 20분 뒤에 가서 물어보니 침을 맞고 있는 동안 딸꾹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조금 살 것 같다고 했다. 
'이거구나!' 싶어서 집에 상비해 둔 소화를 돕는 약재인 산사, 신곡, 맥아를 꺼내 10분 가량 끓였다가 
발침한 뒤에 마실 것을 권했다.
마시면서 약간 트름을 하면서  
"좀 편해지는 것 같아" 라고 한 마디 했다. 

다들 오빠가 다시 딸꾹질을 하지는 않는지 기다렸다. 
그러나 다시 하지 않았고, 
그날 우리집에서 한달만에 딸꾹질 없이 편안하게 잠을 자고 일어났던 오빠는 얼굴이 밝아져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며 이제 살았다고, 살 것 같다고 여러 번 얘기했고, 온가족이 기뻐했다. 
다시 강원도로 돌아가며 어제 먹은 그 약을 한달치 싸달라고 했다. 
약을 넉넉히 싸주면서 급하게 먹지 말 것, 과식하지 말 것, 과음하지 말 것 세 가지를 당부했다. 
그 이후로 종종 오빠에게 연락이 오고 명절 때에 종종 만나곤 하지만 다시는 딸꾹질로 힘들어한 일은 없었다. 

딸꾹질 치료.. 
아직은 아는 것이 별로 없던 한의대 본3시절, 
딸꾹질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를 알려주었던, 
그리고 치료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었던 학생시절의 치료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