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는 대체로 잘 산다. 돈도 잘 버는 편이다. 초보 시절에야 박봉이지만, 능숙한 치과의사가 되면 대략 받는 연봉은 1억~4억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꽤 많은 금액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소득이 높을 수록 더 높은 세금을 내야 해서, 실제 받는 금액은 이것보다 적긴 하다. 여하튼 평균적인 소득보다는 훨씬 높은 소득 수준을 가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치과의사들 사이에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3D 업종이라고 불평하는 경우도 있다.
Difficult, Dangerous, Dirty의 약자인 3D. 치과 일은 어렵고, 위험하고,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치료를 잘한 것 같은데 계속 아프고 불편하다면서 항의하는 환자를 만나면 정말 어렵다. 사람의 몸에 손을 대는 일은 항상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그리고 치과는 환자의 침, 피, 치과 재료, 치아가 이리저리 튀어 다니고, 분진이 되어 공기중에 떠다니는 가운데 일을 하게 되니 사실 더럽기 그지 없다.
드물긴 하지만 치과에서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치과에서 사람이 사망하는지 의문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몸이란 언제라도 예상치 못한 위험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유명한 연예인이 목에 떡이 걸려서 사망했는데, (심지어, 옆에 여러명이 있어서 도와줄 수도 있었다는데) 그 누가 그런 황당한 죽음을 예상했겠는가.
그런데, 환자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치과의사도 위험하다. 치과의사가 환자에 의해 살해 당한 적이 몇 번이 있었다.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 요즘 치과에서는, 위험해 보이는 환자가 오면 돌려 보내거나, 치료 후에도 돈을 받지 않고 다시 오지 않게 조치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치과 치료를 하다 보면 환자의 침과 피가 얼굴에 튀기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안경을 쓰고 있는데, 라식/라섹을 한다든지 또는 안경 대신 렌즈를 쓸 생각이 전혀 없다. 안경이 내 눈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어떤 아는 치과의사가 눈이 아파서 안과에 갔다고 한다. 눈에 돌이 6개가 박혀 있어서 다 뺐다고 하는데, 그 안과의사가 하는 말이 현미경으로 보면 치과의사가 눈이 가장 더럽다고 하더라.
직종별 평균 수명을 연구해 보면 치과의사의 평균 수명이 전체 평균 수명보다 짧다. 치과 진료는 시술, 수술이 많다 보니 몸을 많이 쓰는 영향 때문에 치과의사의 몸이 안 좋아 평균 수명이 짧아지게 되었을 수 있다. 그 밖에도, 치과는 환자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치과에 오는 환자들은 통증이 많다 보니 환자들이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
치과의사는 소득이 높지만 평균수명이 짧은, 그러니까 자신의 수명을 사용하면서 삶을 유지해 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런 치과의사의 애로사항도 미래에는 많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디지털 치과가 점차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과거에는 3D CT 장비가 비싸서 거의 못 샀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신규 개원 치과에서는 3D CT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면서, 구강 스캐너로 사진을 찍으면서 구강을 3차원적으로 재현할 수 있게 되었고 크라운, 틀니 등 많은 작업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크라운, 틀니 만드느라 분진 날리면서 작업하던 것들도 점차 기계들이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는 임플란트를 기계가 하도록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하며, 아직 상용화는 되지 않았지만 사람보다 훨씬 정확하고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최근에는 어떤 치과에서는 3D 기술을 이용해서 하루만에 크라운이나 틀니를 만들기도 한다. 과거에는 며칠 걸리던 작업을 하루만에 해 내니 참으로 편리한 기술이다. 과정이 단축되면 그만큼 오물이나 분진의 양도 줄어들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빅데이터의 활용과 인공지능의 활용이 치과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 엑스레이 사진을 사람이 판독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이 판독한 것이 더 정확해 질 것이고, 치과의사가 눈 아프게 작은 것을 들여다 보던 것들이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3D 치과가 더 이상 difficult, dangerous, dirty를 상징하지 않고, 3D 삼차원 기술을 이용한 고도의 digital, diverse, designed 치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치과의사도 조그만 것 바라보느라 구부정하게 허리 구부리지 않고, 미세먼지 마시지 않고 윤택한 환경에서 편하게 치료를 할 수 있겠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