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생 생활의 간단한 설명

by 치의학박사 posted Dec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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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치과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진 치대생의 삶을 몰랐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대생의 삶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고3 때, 하나도 놀지 않고 공부만 하지는 않듯이, 치과대학에 들어왔다고 놀지도 않고 공부만 하지는 않는다.


나의 경우는 6년제 대학 교과과정을 거쳤고, 예과 2년, 본과 4년 생활을 하였다. 예과 때는 기초 과학, 교양, 기초 전공 수업을 들어서 무난하게 놀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다. 본과는 실제로 치과 전공 수업을 듣게 되는 시기이다.

요즘에는 치의학전문대학원도 있고, 편입을 하는 방법도 있어서 예과 생활을 거치지 않고 치과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본과 4년 동안에는 많이 바쁘다. 사람에 따라서 평가가 다르지만, 1학년 때와 3학년 때가  특히 힘든 것 같다. 1학년 때는 갑자기 바쁜 삶을 살게 되어 힘들다면 3학년 때는 실제로 배우는 양이 많아지고, 병원 실습을 하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의대에 가면 시체 해부를 해야 하는 것이 싫어서 치대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런데, 치과대학에서도 시체 해부를 하니 참고하시라. 본과 1학년 때, 가장 힘들고 외울 것도 많은 것이 해부학일 것이다. 치대생인데도 전신에 대해 해부학적 지식을 가져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실제로 치과 진료 때는 필요 없는 정보가 많지만,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전신에 대한 지식도 알고 있어야 한다.

본과 1학년 때는 해부학, 조직학, 생리학, 생화학, 병리학 등 기초의학과 치과질환의 진단과 관련된 내용 위주로 배우게 된다. 2학년 때는 치과 치료와 관련된 내용들을 주로 공부하게 된다. 3학년 때는 좀 더 고급의 치과치료 관련 내용을 배우고, 병원 실습을 돌기 시작한다. 4학년 때는 병원 실습을 주로 하고, 일부 수업을 듣다가, 가을 이후로 국가고시 준비를 하게 된다.


본과 1학년 때는 시험이 자주 있고 퀴즈를 자주 보는 수업도 있다. 집에 늦게 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 가장 큰 마음의 부담은 유급에 대한 것이다. 본과 1학년 때는 유급이 많다. 다른 학년 때에는 유급을 잘 안 시키는 경향이 있다. 시험을 잘 못치르면, 유그을 당해 1년 또 힘든 과정을 겪을까봐 마음이 고통스러워질 수 있다. 특히 본과 1학년 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인생에 대해 비관적이고, 진로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많이 들 수도 있다.

본과 2학년이 되면, 유급도 잘 안 되고, 학교 생활도 적응이 되면서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긴다. 이 때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하는 경우가 많다. 치과, 의과, 한의과 대학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선후배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고, 학과 동아리를 주로 들어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동아리 1개 쯤은 들어서 활동을 하게 된다.

본과 3학년이 되면, 배우는 양이 급격히 늘어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괜찮다. 다른 힘든 것은 병원 실습이다. 병원에 발을 디디게 되면,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실수를 했다가는 교수님이나 선배 의사로부터 엄청 혼날 수가 있다. 또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리가 무척이나 아프다. 실습 시험이나 퀴즈도 많이 보는데, 잘 못하면 선배 의사로부터 그것도 모르냐는 식의 질타를 받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자괴감이 드는 경우도 많다.

본과 3학년 말부터, 4학년 말까지는 실제 환자를 치료하게 되는데, 학생에게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힘들 수 있지만, 시간적, 정신적 여유는 좀 더 생기게 되는 시기이다.


치대 생활을 하다 보면 밤 늦게 집에 가는 경우도 많고, 밤을 새는 경우도 있고, 힘든 일도 많다. 한 번은 시험기간이었는데, 공부할 것이 많아서 밤을 새야할 지경이었다. 나는 밤을 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잠깐 눈을 감았다 떠 보니 2시간이 자나 있었다. 나는 순간 "으악! 많이 잤다!" 고 괴성을 질렀다.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내가 많이 잤다고 소문이 났다. 실제로는 2시간 밖에 자지 않았는데.

하지만 시험이 마치고 나면 시간적 여유도 생긴다. 시험기간이 끝나면,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곤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게임을 하나씩 완결을 하곤 하였다. 특히 치대나 의대에 다닌다고 하면, 주변의 사람들이 바쁘다고 생각을 하여서 시간을 뺐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의외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에 유리한 조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는 의대생, 치대생이 비교적 바쁘지만, 아무 것도 못할 만큼 바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생각에 대한 논거의 한 예가 대부분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3개 이상의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일주일의 절반 정도 동아리 활동에 참석을 하니, 참 놀라운 일이다. 가끔 온라인 게임의 꽤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으면서 숨기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얼마나 게임을 많이 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 잘한다고 인정받고 칭찬 받는 삶을 살다가 치과대학 생활을 하면서 바보 취급 당하고 욕먹고, 비교당하면 큰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힘든 과정은 언젠가 지나가게 되고, 그 힘든 와중에도 수많은 즐거움들도 존재한다. 나는 학생 때 왜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까 후회될 때가 있는데,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고 나서, 옛날에 보지 않던 책들을 들춰보면서 공부를 하고, 돈을 내고 세미나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학창시절은 좋은 추억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