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편입생 형의 한 마디

by 치의학박사 posted Dec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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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치과대학교 본과 3학년 때였을 것이다. 한참 공부하랴 실습하랴 바쁘고 힘든 날을 보내고 있었다. 실습하느라 학교에서 밤 12시에 끝나는 경우도 자주 있었고, 어떤 친구들은 학교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에 밤에 남아 실습을 하게 되면 동기들끼리 다양한 농담을 주고 받게 된다. 어떤 친구들은 진로를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미래에 치과가 잘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이야기도 하였다.

어떤 친구들은 지금 배움의 길이 너무 힘들다고 투정도 부렸다.

동기 중에 공대를 다니다가 치과대학에 편입한 나이 많은 형이 있었다. 그 형은 그러한 이야기를 듣다가 한 마디를 하였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공대에서 공부하는 게 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거 같아. 공대 있을 때도 밤 많이 새고, 시험 많이 봤어."

다른 친구들에게는 어떠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 말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치과대학에 들어왔다고, 공부할 게 많다고, 늦게 끝난다고 짜증내고, 힘들어 했던 모습들이 어린 아이의 응석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어느 분야든지 최고가 되고자 한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경쟁을 하고 스트레를 받기 마련일 것이다.

나의 경우도 그렇지만 대다수의 의대생, 치대생들은 주변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힘든 일에 제외된다. 공부하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 의대생이야! 나 바쁜 사람이야!' 뻐기듯이 대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동문회 식사 자리에서 알게된 어떤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본과에 들어가고 나서 1년 뒤에 다시 만난 적이 있었다. 나는 시험 성적이 나빠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바쁜데  감히 나를 부르냐는 심정으로 불쾌하게 생각하면서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내 얼굴이 꽤나 안 좋았나 보다. 그 친구가 나를 보면서 놀라면서 '너 변했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면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해 뉘우친 적이 있었다.

내가 치과대학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서 '얼마나 바쁘냐',  '참 힘들겠다' 라는 소리는 여러번 들었다. '너네는 4시간 밖에 못 잔다면서?' 라는 질문도 들어 보았다. 다 사람이 사는 곳인데, 설마 그럴리가.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치과대학에 다니면서 참 많은 편의를 누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배려와 위안을 받았다. 그러나, 어디, 의대생이 가장 힘든 사람이라고 누가 말 할 수 있겠는가!

공대생의 삶을 그린 웹툰을 본 적이 있었다. 개인 생활도 없고, 해야할 것이 너무나 많은 상황들을 재밌게 표현한 것을 보았다. 나는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으로서 너무나 공감이 갔다. 수없이 자퇴를 고민했었던 지난 나날들. 지금은 졸업하여 치의학 박사가 되었다. 하지만 꼭 학생시절보다 더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여전히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병영 경영을 하다 보면 복잡한 경우가 많이 다가오며, 가정에 신경써야 할 것도 많다. 법원도 다녀오고, 경찰서도 다녀오고, 노동청도 다녀와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러면 전혀 모르는 지식들과 상황들을 접하기도 한다. 왜 이런 것은 학교에서 안 가르쳐 줄까 아쉬울 때도 많다.

의대생으로 있던, 의사로 있던 바쁘고 힘든 상황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나는 세상에 어떤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추스린다. 그 편입생 형의 고백처럼. 다른 길은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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